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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Music & Art

데이브레이크(DAYBREAK) - 머리가 자란다

by 플레이나 2019. 9. 19.

데이브레이크(DAYBREAK) 2집 Aurora

이 앨범은 데이브레이크 앨범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앨범니다.

데이브레이크의 음악은 따라 부르기도 쉽고, 가사도 난해하지 않다. 

동시에 화성의 세련됨과 멜로디의 대중성, 시적인 표현도 빠지지 않는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 만들기엔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예전 어느 콘서트에 '10cm'를 보러 가서, '데이브레이크'의 팬이 되어 나왔다.

그만큼 실력과 무대매너도 빠지지 않는 오랜 무명생활을 버텨낸 배테랑 밴드이다.

이 앨범에서 '들어다 놨다'가 단연 타이틀이지만

오늘은 데이브레이크의 밝은 연애 이야기 뒤에 숨겨진 지친 하루 같은 곡을 소개한다.

이 곡으로 내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1.
머리가 너무 무거워서 고개를 결국 떨군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
두 팔이 빠져나가도록 질질 가방을 이끈다
잠시 놔버리면 될 것을 미련하게 포기 못한다
무겁다 무겁다 내겐 너무 버거운
무게를 어떻게든 지고 나간다
무겁다 무겁다 내겐 너무 먼 길을
그렇게 홀로 떠난다

2.
싸구려 동네 미장원에 내 두 발길이 멈춘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니 참 멋도 없이 살아있구나
수북히 쌓인 내 머리들에게 고갤 숙여 사과한다
잘라내지 않으면 내가 너무 괴로워 너를 보낸다
자른다 자른다 내 청춘의 것들을
머리 밖으로 삐져나온 것들을
버린다 버린다 엉켜버린 머리를
살아보려고 애쓴다

3.
다시 집으로 가는 길에 맥주 하나를 사 넣는다
짐은 더 늘어나 버렸지만 왠지 더욱 가벼워졌다
오늘 자른 머리가 그리 맘에 들지는 않지만
TV속 주인공 친구삼아 깨끗이 한 잔을 비운다
비운다 비운다 한모금씩 비운다
점점 흐려지는 기분이 괜찮다
비운다 비운다 이젠 무뎌진
청춘을 곱씹어 삼킨다

4.
피곤에 지친 내 머리를 베개 한켠에 묻는다
괜시리 흐르는 눈물에 오늘 자른 머리가 젖어버린다
왜 눈물이 흐르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사랑에 목이 마른 것도 돈이 없어 슬픈 것도 아닌데 아닌데
비운다 버린다 나를 잘라버린다
얼마나 더 있어야 철이 들런지
이젠 욕심이 되어버린 너덜한 것들이
눈물에 젖어 떠난다
5.
그러다 웃는다 눈물이 내 머리를
키워버릴지도 모른단 생각에
이제는 자련다 이젠 꿈을 꾼다
아직도 나는 자란다
아직도 나는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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