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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제주살이

#04 휴가는 20분 거리로 (2021.03)

by 플레이나 2023. 3. 27.

매달 마지막 주는 일이 없다.

자동으로 주어진 5일간의 휴가.

제주에 있다보니 거창하게 여행을 떠날 생각은 나지 않았다.

그래도 다들 벚꽃 구경이 한창이니 나도 한 번 나가봐야겠다.

이제 운전을 할 수 있지만 일단 벚꽃 드라이브는 접었다.

동네를 벗어날 수 있는 실력이 아니므로....

동홍동에서 서홍동 정도로 여행을 떠나보았다.

어슬렁 어슬렁 산책로를 걷는데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서울이였다면 여기 저기 사람들로 북적거릴 텐데

온갖 새소리와 물소리 그리고 바람소리가 평화로움을 선사했다.

이 곳은 여름이 되면 밤에 치맥도 하고, 아이들이 물놀이도 하는

찐 동네 하천이었다.

이제 가보고 싶었던 카페에 앉아

밀린 일을 해야한다.

스콘은 냉동 되어 있던 것을 데워주었고,

2층 테라스 바깥으로 큰 길이라 자동차 소리가 시끄러웠다.

조용했던 공간에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자,

나는 당장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역시 난 카페에서는 집중이 안되는구나. 

그리고 이 카페 왜 평이 좋은겨? 실망이야!

집에 며칠 쳐박혀서 밀린 일을 모두 해치웠다.

그리고 오늘은 용기를 내어 조금 더 멀리 가보기로 했다.

차선을 변경할 때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성공적으로 바다 앞 카페에 도착했다.

이번엔 카페에서 아무것도 안하기로 했다.

음악도 좋고, 경치도 좋구나.

아 그런데 빈속에 마신 아인슈페너 때문에 속이 울렁이고 부글거린다.

게다가 점점 사람들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사람들 목소리가 음악소리 보다 더 커지기 시작하자,

나는 고민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예민해서 피곤한 것인지, 피곤해서 예민한 것인지

구분이 안갔다.

카페 바로 앞에 오름이 있었다.

아주 작고 귀여운 제지기 오름.

이렇게 조금만 올라와도 가슴 트이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저녁밥은 고기국수.

올레시장에 할머니께서 혼자 운영하시는 곳인데

평범하면서 절대 따라할 수 없는 깊은 맛이 났다.

김밥도 한 줄 포장했는데,

방금 담은 김치라며 무우김치도 넣어주시고,

밥을 터질 듯 많이 넣어주셨다.

다음에 또 가고싶은 인심좋은 곳.

건너편 자리에 주인 할머니의 지인 분들이 계셨는데,

제대로 제주말을 구사하시는 분들이었다.

그 분들이 하는 말 중에 반은 알아들었고, 반은 못 알아들었는데

내가 지금 시트콤 속에 들어와 있나 싶을 정도로

대화가 개그였다.

귀여운 새끼 강아지도 덤으로 만나서

너무 기분 좋았던 시간.

 

혼자 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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