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에서 1년만 살아보자.
살아보고 좋으면 계속 살고, 별로면 언제든 다시 올라와도 좋아.
그렇게 석사 졸업 후 첫 직장을 제주로 정했고, 집을 구했고, 차를 샀고
제주살이 대망의 첫째날을 시작했다.

서귀포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겨울은 아름답기만 했다.

아직은 낯선 동네 이곳 저곳을 산책하며 제주의 맑은 공기와 여유를 만났다.
'오래 걸어도 전혀 피곤하지 않아!'
'겨울인데 따뜻해~!'
앞으로 펼쳐질 제주 생활이 오늘만 같은 줄 알았던
아직 행복했던 산책이었다.

우리집에서 보이는 한라산은 언제나 내가 제주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한라산이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
날씨가 맑은 날엔 정말 가까이 보이는데
실제로 제주시에서 보는 것보다 서귀포에서 보는 한라산이 더 가깝다고 한다.

급히 중고차를 사서 이삿짐을 실어 탁송으로 받은 나의 꼬꼬마 핑크 자동차.
브레이크 오일이 새서 도착하자마자 서비스센터에 가야했다.
장롱면허인 나는 아직 시동걸기 밖에 못해서
길어야 20초 걸리는 서비스센터까지 집주인 아저씨와 정비소 직원분이 운전해주셨다.
그리고 도로연수를 받기까지 예약이 많아서 1달을 주차장에서 자리만 지켰던,
나의 발이 되어준 고마운 자동차.


빨간 열매가 가득 열린 이름 모를 큰 가로수를 지나고,
큰 길 옆에 있는 작은 귤밭을 지나면
거대한 하나로마트가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일상이 되어준 곳.
하지만
조용하고 따뜻하고 여유로운 이 곳 제주가,
야금야금 새어나간 브레이크 오일처럼
나의 영혼을 갉아먹는 곳이 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to be continue-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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